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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과 세상/사회와 도덕성

모두가 잘사는 세상이란?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의 논과 밭은 10경頃[각주:1]이고, 그 아들은 10명이라고 합시다. 그들 중 한 아들은 전지 3경을 얻고, 두 아들은 2경을 얻고, 세 아들은 1경을 얻고, 나머지 네 아들은 전지를 얻지 못하여 울면서 길거리에서 뒹굴다가 굶어 죽는다면 그 사람을 부모 노릇 잘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하늘이 백성을 내릴 적에 먼저 논과 밭을 마련하여 그들로 하여금 먹고살게 하였고, 또한 백성을 위하여 군주君主와 목민관牧民官을 세워 그들의 부모가 되게 하였으며, 백성의 재산을 균등하게 하여 다 함께 잘살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군주와 목민관이 팔짱만 끼고 앉아 아무 일도 안 한다면, 그 아들이 서로 싸워서 남의 재산을 빼앗아 자기에게 합치는 일을 못하게 막을 자는 누구란 말입니까? 힘센 사람은 더 많이 얻게 되고 약한 사람은 떠밀리어 땅에 넘어져 죽는다면, 그 군주와 목민관은 백성들의 군주와 목민관 노릇을 잘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농사를 짓는 사람이 논밭을 갖고,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은 논밭을 갖지 못하며, 농사를 짓는 사람은 곡식을 분배받고,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은 곡식을 분배받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공장工匠은 그들이 만든 기구를 곡식으로 바꾸고, 상인은 화물貨物로 양곡을 사면 아무런 지장도 없습니다. 


- 정약용, "경세유표經世遺表" -



조선 후기의 정치가, 학자. "전론田論", "경세유표經世遺表", 등을 통해 당시 사회의 각종 폐해를 개혁하려는 진보적인 사회 개혁안을 제시하였다.


  1. 경頃 : 땅을 재는 단위로, 시대마다 달랐으나 대략 10,000m2에 해당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