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공동체 - 가정에서 사회, 국가, 세계 공동체까지

공동체주의는 자유주의가 지나치게 개인의 자유와 권리만 강조한다고 비판하고, 공동선과 유대, 미덕과 헌신, 인격의 도야와 자아의 함양 등과 같은 가치를 다양한 공동체의 수립을 통해 구현할 것을 주장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다양한 공동체의 수립은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공동체의 창조라기보다는 기존의 공동체의 성격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정은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는 공동체이다. 가정은 가족의 생존과 생활을 보장함으로써 인간답게 살가갈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한다. 또한 가족 간의 다양한 관계를 학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사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교육적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동체주의에서는 만약 이 가정이 전통적인 가부장적 질서나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있거나, 정반대로 단순히 이기적 개인들의 집합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는 진정한 공동체로 볼 수 없다고 본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비록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면서 민족 고유의 미풍양속인 향약, 두레, 계, 품앗이 등의 조직과 문화가 거의 사라졌지만, 지역 공동체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한편으로 정보 사회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동체주의에서는 만약 그 지역 공동체가 여전히 혈연·지연·학연 등과 같은 연고주의에 얽매여 있다면, 이 또한 진정한 공동체로 여기지 않는다.

공동체주의는 공동체를 단지 이기적 개인들 간의 계약이나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위한 도구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가 소속된 곳, 유대감 속에서 공동선을 추구하는 곳, 그리고 덕성과 헌신으로 결합한 곳으로 볼 것을 요청한다. 그런 가치가 추구되어야만 가정과 지역 공동체는 진정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주의의 이러한 시각은 더 큰 공동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가 공동체는 세계화로 말미암아 국가 간의 경제가 점점 약화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성원들의 삶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재해로 말미암은 피해를 복구해 주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등 개인이나 사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다른 구성원에 대한 책임감과 연대의식을 심어줄 때 비로소 국가 공동체는 제 기능을 다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세계 공동체는 정보화·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어느 학자가 묘사했듯이, 오늘날 우리는 '이탈리아 카푸치노 커피를 마시고, 일본 초밥을 먹고, 영국의 록 음악을 들으며, 한국산 자동차를 타고, 미국 햄버거 가게로 가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국가 간의 불평등으로 말미암은 대립과 갈등 문제 또한 심각하다. 이로 말미암아 세계 공동체는 전쟁이나 테러 등의 문제를 겪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계 공동체를 한 가정으로, 인류를 한 가족으로 여기는 세계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

* 현대 사회의 다양한 가정

• 나 홀로 족 : 혼인율의 감소 및 초혼 연령 지체로 말이암은 독신 가구, 이혼이나 별거에 따른 단독 가구, 고령화로 말미암은 노인 단독 가구, 교육·취업 경쟁으로 말미암은 청년 세대의 단독 가구 등을 일컫는다.

• 딩크 족DINK,Double Income No Kids :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말한다.

• 사회적 공동체 가족 : 혼인과 혈연의 한계를 넘어 의식주와 가사 노동, 놀이 및 여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공동체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