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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사상 조각/원자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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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그리스 철학의 극복 이후로는 이제까지의 비할 데 없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쇠퇴의 열매가 뿌려졌고, 그리고 후에는 차츰 타락되어 갔다. 데모크리토스 이후에 가장 훌륭한 철학에서도 잘못된 것은 우주에 비하여 인간을 부당하게 중요시하는 점이다. 첫째로 소피스트와 더불어 회의주의가 등장한다. 이것은 새로운 지식을 얻기에 노력하기보다도 우리는 어떻게 하여 인식하는가를 더 연구했다. 다음에 온 것은 소크라테스의 윤리에 대한 강조이다. 플라톤과 더불어 순사색純思索의 스스로 창조한 세계를 위하여 감각의 세계를 부인하게 되며, 아리스토텔레스와 더불어 과학에 있어서 기초 개념으로서 목적에 대한 신앙이 들어온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상에는 여러 가지 좋지 못한 점들이 있으니, 이것들은 한없이 유해하..
자연철학자의 마지막 주자 데모크리토스 데모크리토스는 - 적어도 나의 의견으로는 - 그리스 철학자들 가운데 다음과 같은 한 가지 결함을 면한 마지막 사람이다. 그 결함은 후에 오는 모든 그리스 철학자들이 중세의 사상에 해독을 끼친 것이다. 즉, 데모크리토스 이후에는 곧 소크라테스·플라톤으로 이어져, 철학은 자연 철학의 영역을 벗어나게 된다. 이후, 중세까지 포함하여 자연철학은 철학에서 작은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데모크리토스는 이렇게 되기 직전 사람이며, 따라서 자연 철학의 마지막 대표자라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까지의 철학자들은 모두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공정한 노력을 하여 왔다. 그들은 또, 그 일이 실재보다 용이한 줄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낙관주의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감히 그 일을 시작하려고 용기를 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
데모크리토스는 철저한 유물론자 데모크리토스는 철저한 유물론자였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영혼은 원자로 되어 있고, 사유는 물리적 과정이었다. 우주에는 목적이 없고, 다만 기계적 법칙에 의하여 지배되는 원자들뿐이다. 그는 대중적 종교를 믿지 않았고, 아낙사고라스의 누스nous를 반대했다. 윤리에 있어서 그는 유쾌함cheerfulness을 생의 목표로 생각했다. 그리고 절도와 교양이 이에 대한 최상의 수단이라 하였다. 그는 격렬하고 정열적인 것을 싫어하였다. 그는 성性이란 것도 찬성하지 않았다. 왜냐 하면, 그는 말하기를 성은 쾌락에 의한 의식의 혼란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정이란 것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부녀자들에 대해서는 좋지 못하게 말한다. 그리하여 아이들을 원치 않았다. 이 아이들의 교육은 철학과 상충된다는 것이었..
지각의 사유는 물리적 과정 생명은 태고의 진흙으로부터 발전되어 나왔다. 신체속에는 어디나 약간의 불은 있으나, 뇌나 가슴 속에는 특히 불이 많다. 이 점에 관해서는 권위자들 간에 차이가 있다. 사유는 일종의 동작이요. 따라서 다른 어느 곳에나 운동을 일으킬 수가 있다. 지각과 사유는 물리적 과정이다. 지각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감관感官의 지각과 다른 하나는 오성悟性의 지각이다. 이 오성적 지각은 지각된 사물에만 의존하는 것인데, 감관적 지각은 우리들의 감각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기만적이 될 경향을 가진다. 로크와 같이 데모크리토스는 온溫, 맛, 색 같은 성질은 대상 속에 실재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들의 감관에 기인한다. 그러나 무게·밀도·굳기 등은 대상 속에 실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에 대한 학설 데모크리토스는 그의 학설을 상당히 자세히 전개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전개 가운데 어떤 것은 흥미가 있다. 각 원자는 꿰뚫을 수 없으며, 분할되지 않는다. 왜냐 하면, 원자 속에는 진공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칼로 사과를 자를 때 그 칼은 사과 속을 관통하며, 칼로 벤 장소를 사과 속에서 발견해야만 한다. 따라서 만일 사과 속에 진공이 없다면 사과는 무한히 굳을 것이고, 물리적으로 분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각 원자는 그 내부에 있어서는 불변이다. 따라서 각 원자는 실제로 파르메니데스의 일자一者이다. 원자들이 하는 일이란 다만 운동하면서 서로 충돌하여, 서로 얽힐 수 있을 때는 어떤 형체를 이루어 결합되는 일들이다. 원자는 가지각색의 형체를 가진다. 불은 작은 구형求形의 원자들이며, 영혼도 그..
절대 공간과 경험적 과학의 논리 차이 뉴턴의 절대 공간에 관한 학설은 원자론자들의 견해가 논리적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학설은 비존재not-being에게 실재성을 부여하게 되는 난점에 봉착한다. 이 학설을 논리적으로 반대할 수는 없다. 이 학설에 대한 주요한 반대는 절대 공간은 절대로 알려질 수 없다는것이다. 따라서, 경험적 과학에서는 절대 공간은 필연적 가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더 실질적인 반대는, 물리학은 이 절대 공간 없이도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원자론자들의 세계는 논리적으로는 언제나 가능한 것이고, 또 고대 철학자들이 생각했던 어느 세계보다도 실제 세계에 제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공간과 시간에 대한 현대적인 견해 공간space에 관한 현대적 견해는 다음과 같다. 그것은 뉴턴이 주장한 바와 같은, 또 레우키포스나 데모크리토스가 생각한 바와 같은 한 실체substance도 아니며, 또 데카르트가 생각한 바와 같은 연장된 물체들의 속성도 아니고, 라이프니츠가 주장한 바와 같은 관계의 체계a system of relation이다. 이 견해가 진공의 존재와 일치하는지 어떤지는 결코 분명치 않다. 아마도 추상적 논리의 문제로서 진공과 부합될 수 있다. 두 사물 사이에는 멀든 가깝든 간에 거리distance가 존재하며, 그리고 그 거리는 중간에 있는 사물들의 존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견해는 오늘날의 물리학에서는 소용이 닿지 않는다. 아인슈타인 이래로 거리는 사건들events 사이에 있는 것이..
물질과 공간에 대한 현대 물리학적 관점 현대 물리학자들은 물질이 어떤 의미에서 원자적이라는 것을 믿으면서도 '빈 공간'을 믿지 않는다. 물질이 존재하지 않은 곳에도 아직도 어떤 사물이 존재한다. 특히, 광파光波light wave 같은 것이다. 물질은 벌써 파르메네데스의 논의를 통하여 철학이 획득한 바 그 고귀한 지위에 있을 수 없게 되었다. 물질은 불변의 실체는 아니다. 다만 사건들의 떼를 짓는 한 가지 방법에 불과하다. 어떤 사건들은 소위 물질적 사물로서 인정되는 데 속한다. 그러나 또 다른 어떤 사건들은, 가령 광파와 같은 것은 그런 데 속하지 않는다. 그것은 세계의 '재료stuff'가 되는 사건들이다. 이 점에 있어서 현대 물리학은 헤라클레이토스 편에 있고, 파르메니데스의 반대편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과 양자론量子論q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