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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사상 조각/들어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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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과학과 신학의 중간 지대 '철학'이란 내가 이해하는 한에 있어서는 신학과 과학의 중간에 위치하는 어떤 것이다. 신학과 마찬가지로 철학은 여태껏 명확한 지식definite knowledge으로, 단정을 내릴 수 없었던 여러 문제에 관한 사색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과학과 같이 철학은 인간 이성에 호소하며, 전통의 권위이든 계시의 권위이든 간에 권위에 호소하지 않는다. 명확한 지식은 전부 과학에 속한다. 그리고 명확한 지식을 초월하는 모든 교의敎義dogma는 신학에 속한다. 이것이 나의 주장이다. 그러나 신학과 과학의 중간지대에는 그 양쪽으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되는 진공지대가 있다. 이 중간지대가 바로 철학이다. 사색하는 사람에게 가장 흥미의 대상이 되는 문제는 거의가 과학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리고 이 ..
'철학'이 가지는 두 가지 요소와 의미 '철학'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인생과 세계에 관한 견해는 두 가지 요소로부터 이루어진다. 즉,전통적으로 상속받은 종교적이고 윤리적인 견해와, 우리가 가장 넓은 의미에서 '과학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종류의 탐구의 결과이다. 개개의 철학자들은 그들이 철학체계 속에 이 두 가지 요소를 각각 어떤 비율로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진다. 그러나 철학의 특질이라고 할 수있는 것은, 이 두 가지 요소가 적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다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철학'이라는 낱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으며, 혹은 넓은 의미로 혹은 좁은 의미로도 쓰인다. 나는 여기서 매우 넓은 의미로 쓰고자 한다. 이제 좀더 그 뜻을 설명해 보자.
버트란드 러셀의 마지막 양해 사항 마지막으로, 이 거대한 과제의 어느 부분에 대해서든지 그 부분의 전문가들에게 한 마디 변명을 하지 않을 수없다. 어느 철학 분야든, 그 부문의 전공 철학자가 그 부분에서는 가장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따라서 나로서는 라이프니츠의 경우만을 제외하고, 내가 취급한 철학자들에 관하여 나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이 때문에 우리가 조심스럽게 침묵만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면, 아무도 어떤 국한된 역사 이상을 취급할 수 없을 것이다. 루소에 대한 스파르타의 영향, 13세기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에 대한 플라톤의 영향, 아라비아 사람과 그 후에 토마스 아퀴나스에 대한 네스토리우스 교도의 영향, 롬바드로 여러 도시의 건설로부터 오늘날에 이..
러셀이 철학사를 기술하는 원칙들 이런 입장을 취하게 된 결과 철학자들에게 부여하는 중요성도 단지 그의 철학적, 공적 위치에만 따르지 않게 되었다. 예컨대, 나로서는 스피노자를 로크보다 더욱 위대한 철학자라고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피노자의 영향은 로크의 영향보다 훨씬 적으므로 자연히 로크를 스피노자보다 훨씬 상세히 취급하게 되었다. 또, 어떤 인물들은 - 예컨대, 루소나 바이런 같은 사람 - 학적學的인 의미에서는 결코 철학자라고는 할 수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철학적, 시대적 기질에 대하여 심원한 영향을 끼쳤으므로, 이들을 무시하고서는 철학 조류의 발전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려 여기서 취급했다. 또, 이런 입장에서 볼 때, 때로는 순전히 실천적인 인물들까지도 중요성을 가지게 된다. 즉, 어느 철학자도 알랙산더 ..
러셀이 또 다른 철학사를 펴내는 이유 많은 철학사哲學史가 이미 존재하는데 이제 내가 또 하나의 철학사 책을 내는 것은 다만 그 수효를 하나 더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의 의도는 철학을 사회적, 정치적 생활의 필수적인 한 부분으로서 해명하려는 것이다. 즉, 철학이란 저명한 개인들의 고립적인 사색이 아니고, 어떤 사회의 성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또 반대로 어떤 사회의 성격을 만들어 내는 원인이 되는 것이 바로 철학이라는 관점에서 철학사를 고찰하려는 것이다. 이 목적을 위해서는 보통 철학자들이 그들의 철학사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일반 역사 지식이 필요했다. 더욱이 일반 독자들이 익숙하지않은 시대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노력이 더욱 필요했다. 스콜라 철학의 위대한 시대는 11세기의 개혁의 산물이자, 또 이 개혁은 여러 가..
「중세철학사」 편은 누구에게나 흥미진진 「중세철학사」편은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도 대단히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다. 철학자 개개인의 생애와 역사적 환경, 그리고 그 철학자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극히 편리한 설명과 비판, 이런 것들이 모두 추상적인 것을 싫어하는사람일지라도 흥미 있게 읽을 수있게 한다.
서양 철학에 대한 러셀의 철학적 입장 러셀의 철학적 입장은 온전한 입장이라고 할 수 없다. 중성적 단원론neutral monism의 입장을 취함으로써, 그는 실체를 감각적 소여sense data로 다 해소해 버리고 만다. 또, 분석적 경험론analytcal empiricism이란 이름하에서 보편개념universals도 역시 집합class이라는 것으로 해소해 버리고 만다. 따라서, 그는 기회가 닥치는 대로 주어-술어-논리학subject-predicate-logic의 모순점 등을 지적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경험론empiricism의 공동 운명인 인과율因果律causality에 대한 문제를 그는 개연성蓋然性probability이란 것을 도입함으로써 다소간 발전을 주었다고 할 수 있으나, 이 문제에 대한 완전 해결은 주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
카톨릭 질서 이후의 사상적 전개 과정 카톡릭 질서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얻은 인류는 위에 말한 바와 같이 주권주의·낭만주의로 빠져 들어갔다. 이것은 해방된 인간 정서의 과정이고 결과라고 하겠다. 그 종국은 니체와 히틀러에게서 본다. 카톨릭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된 인류는 또 과학을 만들어 냈다. 이것의 사회적, 정치적 반영은 모든 전통에 대한 냉정한 비판과 타파이다. 이것은 프랑스의 혁명철학자들로 시작되며, 영국의 급진주의자들, 그리고 칼 마르크스에서, 그리고 오늘날의 공산주의에서 그 발달을 볼 수 있다. 이것 역시 전통에서 자유를 찾은 인간 정신의 이성적 능력이 당연히 거쳐야 할 필연적 경로라 하겠고, 모든 전통에 대해 철저한 파기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는 공산주의에서 그 결론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전통과 자유의 극단적인 투쟁의 결과가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