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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와 사상/윤리사상이란

윤리 사상과 사회 사상의 관계

by 앞으로가 2015.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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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사상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인간의 삶에 대해 탐구한다. 그리고 사회 사상은 사회 현상을 해석하고 이상 사회의 모습을 그려 봄으로써 바람직한 사회 및 국가에 대해서 탐구한다. 그래서 윤리 사상과 사회 사상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 있는데, 이러한 상호 의존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먼저, 윤리 사상과 사회 사상은 모두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정의롭다', '부정의하다' 등의 가치 판단을 통해 바람직한 인간과 바람직한 사회 및 국가의 모습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에 대한 가치 판단과 사회 및 국가에 대한 가치 판단은 상호 의존적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어떤 사람의 성품이나 행위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할 때, 그 사람이 속한 사회나 국가가 그의 성품이나 행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고려해야만 한다. 반대로, 어떤 사회나 국가가 어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때, 그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관이나 의식이 어떠한가를 고려해야만 한다.


둘째, 윤리 사상과 사회 사상은 모두 인간과 사회에 대한 탐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다움과 행복을 실현하고자 한다. 윤리 사상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삶과 행위의 규범을 제시함으로써 인간다움을 실현하고자 하며, 그것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추구한다. 사회 사상은 인간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적 역할과 부를 공정하게 분배하는 방법과 원리를 제시함으로써 사회 구성원 전체의 행복을 성취하고자 한다. 그런데 인간의 권익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인간다움이 실현될 수 없고, 인간다움이 배제된 권익의 보장은 그 이유나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윤리 사상과 사회 사상의 탐구 목적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 있다.


셋째,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회적인 삶과 분리된 개인적인 삶을 생각할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가족의 구성원으로 태어나듯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삶을 시작한다. 이처럼 인간의 삶에서 사회와 국가의 구성원으로서의 삶과 분리된 개인의 삶을 생각할 수 없으므로, 인간의 바람직한 삶에 대한 탐구인 윤리 사상은 바람직한 사회 및 국가에 대한 탐구인 사회 사상으로 나아가지 않을수 없다.


넷째, 실천적인 관점에서 윤리 사상과 사회 사상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 있다. 사회 및 국가의 구조와 제도도 결국 사람이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하는 보편적 규범을 잘 준수하는 도덕적인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사회 및 국가가 정의로워야 그 구성원이 도덕적인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한 인간이 아무리 도덕적으로 살려고 노력해도 그 사회 및 국가의 구조와 제도가 정의롭지 못하다면 도덕적인 인간이 되기가 어렵게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간과 사회 및 국가의 정체성[각주:1]의 측면에서도 윤리 사상과 사회 사상은 상호 의존적이다. 한 인간이 지지하는 윤리 사상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듯이 한 사회  및 국가가 지지하는 사회 사상이 그 사회 및 국가의 이념적 정체성을 나타낸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의 인격적 정체성과 국가의 이념적 정체성은 많은 부분 상호 의존적이다. 가령, 민주주의를 정치 이념으로 가진 국가의 구성원들은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자질과 태도 및 성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민주주의적 자질과 태도 및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민주주의 국가가 만들어진다. 다른 사회 사상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보수주의'와 '보수적인 사람', '진보주의'와 '진보적인 사람'이라는 표현에서 이러한 상호 의존성을 확인할 수 있다.


윤리 사상과 사회 사상의 이와 같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는 동서양의 여러 사상에 잘 나타나 있다. 플라톤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대한 최종적인 대답을 이상 국가를 통해 제시하였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을 갖춘 훌룡한 시민[각주:2]에 의해 정의로운 국가가 형성된다고 주장하였다. 공자는 인仁과 예禮로 다스리는 덕치德治를 통해 바람직한 국가가 형성된다고 주장하면서, '인仁'에 근거한 인격적 삶은 가정에서 시작하여 사회 및 국가로 이어짐으로써 완성될 수 있다고 보았다. 조선의 성리학자인 조광조趙光祖(1482~1519)가 제시한 도학道學 정치 사상도 인간의 인격적 완성과 이상적인 국가가 일치되어야 함을 주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윤리 사상과 사회 사상이 상호 의존적이라는 점과 아울러 각 사상이 고유한 독립된 영역을 가진다는 점도 함께 고려되어야만 한다. 즉, 사회 및 국가의 문제를 인간의 문제로 완전히 환원해서 설명할 수 없고. 그 역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가령 어떤 사회 문제는 구조나 제도가 잘못되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문제를 인간의 도덕성을 개선함으로써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인간의 어떤 도덕성은 사회 구조나 제도의 개선보다는 개인의 자유 의지에 맡겨 둘 때 더욱 가치가 있을 수 있다. 나아가 어떤 도덕적인 영역을 사회나 국가가 간섭하거나 개입해서는 안 되는 것도 있다.



  1. 정체성正體性Identity : 한 인간이 어떤 사람인지, 혹은 한 사회 및 국가가 어떤 사회 어떤 국가인지를 규정하는 독특한 특성을 가리킨다. 이러한 정체성은 인간과 사회 및 국가가 발전하는데 심리적·정신적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자신의 도덕적 정체성이 확고한 사람이 실천 의지가 강하며, 사회 및 국가의 정체성이 확고할 때 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은 더욱 강화된다. [본문으로]
  2. 아리스토텔레스의 '좋은 인간'과 '좋은 시민' : 아리스토텔레스는 조은 인간과 좋은 시민이 같은지 다른지를 물었다. 그는 최선의 정치 체제에서는 양자가 같지만, 현실 정치 체제에서는 다를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이상 국가에서는 모든 국민이 인간적 덕과 시민적 덕을 함께 가지고 있지만, 현실 국가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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