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문화의 기원인 그리스 문명은 해양 문명이다. 반면에, 동양 문화를 대표하는 인도와 중국의 문명은 강을 중심으로 기원하여 발전한 내륙 문명이다. 해양과 내륙이라는 자연환경은 문명의 발생 초기부터 삶을 영위하는 방식은 물론, 관심 영역과 생각하는 방식에 차이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내용은 후대 동서 문명과 사상의 전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내륙 문명을 기반으로 한 동양은 대체로 농업을 중심으로 삶을 영위하였다. 유목 생활도 하였지만, 주로 강 주변의 평원에서 농경을 통해 삶을 영위한 동양 사람들은 일찍부터 농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연에 관심을 기울였다. 서양이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회의를 통해 현실적 삶과 거리가 있는 추상적인 세계를 동경했다면, 동양은 현세지향적 입장에서 구체적인 삶의 문제와 농경에 관심을 두었다.
동양 사상을 대표하는 유교, 불교, 도가 중 유교나 도가 사상은 기본적으로 농경의 철학이라 할 만한 지혜를 담고 있다. 우리가 흔히 듣는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고, 더위가 가면 추위가 온다.”라는 “주역周易”의 구절은 겉으로는 사계절의 순환을 말한다. 그렇지만, 이 구절이 우리의 삶에 적용되었을 때는 극도의 어려움에 부닥쳐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며, 반대로 세속적으로 성공하여 뭇사람의 주목을 받을 때도 겸손하게 몸을 낮추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삶의 지혜는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 속에 내면화되어 있다.
농경 문화를 바탕으로 한 동양 사람들은 주로 정착 생활을 하면서 가족 단위의 노동을 중심으로 농경에 필요한 노동력을 해결하였다. 가족 단위의 노동이 농경에 필수적이었던 만큼 가족에 대한 관심이 컸으며, 이것은 일찍부터 가족 제도의 발달과 이에 따른 윤리적 덕목으로 구체화되었다. 또한, 사회나 국가도 가족이 확대된 것으로 이해하였고, 가족 윤리의 확대는 조상 숭배 의식과 연결되어 제례 의식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동양 사상의 바탕을 이루는 유교 사상은 기본적으로 가족 관계를 합리화하고 확대하는 이론이며, 도가 사상 또한 가족 단위로 농경에 종사하는 전원적 삶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묘사하였다. 이처럼 동양의 지리적·기후적 조건은 농경 문화를 발달시켰으며, 농경 문화와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가족 제도는 동양 사상이 발전하는 토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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