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입장을 취하게 된 결과 철학자들에게 부여하는 중요성도 단지 그의 철학적, 공적 위치에만 따르지 않게 되었다. 예컨대, 나로서는 스피노자를 로크보다 더욱 위대한 철학자라고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피노자의 영향은 로크의 영향보다 훨씬 적으므로 자연히 로크를 스피노자보다 훨씬 상세히 취급하게 되었다. 또, 어떤 인물들은 - 예컨대, 루소나 바이런 같은 사람 - 학적學的인 의미에서는 결코 철학자라고는 할 수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철학적, 시대적 기질에 대하여 심원한 영향을 끼쳤으므로, 이들을 무시하고서는 철학 조류의 발전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려 여기서 취급했다. 또, 이런 입장에서 볼 때, 때로는 순전히 실천적인 인물들까지도 중요성을 가지게 된다. 즉, 어느 철학자도 알랙산더 대왕이나 샤를마뉴 대왕, 나플레옹만큼 철학에 깉이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리쿠르고스Lycurgus도 실제 인물이었다면, 역시 이런 사람들의 부류에 속할 것이다.
이와 같이 방대한 시간의 역사를 개관함에 있어서는 어떤 과단성 있는 선택원리가 필요하다. 아주 표준적이라고 할 만한 철학사들을 읽어 볼 때, 너무 짧은 설명은 독자에게 결국 아무런 유익함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충분한 해명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인물이 아니고서는 아주 삭제해 버렸다. 그 대신, 내가 취급한 인물에 대해서는 그의 생활이나 사회적 환경과 관련하여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전부 언급하기로 하였다. 때로는 본질적 의미에서는 중요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사소한 일까지도, 그것이 그 사람과 그 시대를 설명해 준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기록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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