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민주주의 전통에 상응하는 동양의 정치 이념은 민본주의이다. '민본民本'이라 말은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견고해야 나라가 평안하다."라는 "서경"의 구절에서 유래하였다. 그만큼 민본 사상은 일찍부터 형성되었고, 이후에도 위민爲民과 애민愛民을 근간으로 발전하여 동양 정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중국 고대의 민본 사상을 계승한 공자는 한집안의 가장이 인애仁愛의 덕으로 가족을 이끌어 가듯이, 군주도 법령이나 형벌로 백성을 다스릴 것이 아니라, 인을 중심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그는 인격을 갖춘 군주가 솔선수범하여 덕으로써 다스리는 정치를 강조하였다.
이어 맹자는 왕도 정치를 제시하여 민존부의를 확고히 하였다. 그는 무력으로 다스리면서 겉으로 인을 꾸미는 정치는 패도覇道일 뿐이라며, 덕으로 인을 행하는 정치가 왕도임을 강조하였다. 특히, 그는 왕도 정치가 행해지면 백성이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복종하게 될 것이라고 여겼다.
맹자가 제시한 왕도 정치는 구체적으로 백성에게 혜택을 베풀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는 형벌을 줄이고 세금을 가볍게 하여 먼저 백성의 민생 문제부터 해결해 주는 것이 왕도 정치의 시작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교화를 통해 백성에게 인륜의 도리를 가르쳐 인간다움을 실현하게 하는 것이 왕도 정치의 완성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민본과 위민의 정치를 구현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군주의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하였다.
특히, 맹자는 군주와 백성 간의 호혜성에 근거하여 군주가 올바른 정치를 하면 백성이 이를 신임하여 목숨까지 바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백성의 불만이 폭발하여 군주를 바꿀 수 있다는 '역성혁명론'을 제시하였다. 1
그는 혁명을 통해 잘못된 군주를 교체하는 것은 인륜을 저버리는 범죄가 아니라고 보았다. 왜냐하면, 그는 백성의 뜻[民意]를 하늘의 뜻[天意]으로 해석하여 백성의 뜻에 하늘의 뜻이 잠재해 있다고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주가 백성의 지지를 잃은 것은 하늘의 뜻을 저버린 것이기 때문에 백성이 군주를 교체하는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동양의 민본주의는 도덕성과 인륜성에 기초하여 도덕 정치를 실현하는 바탕이 되었다. 그리고 군주와 백성 간의 호혜성에 근거하여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참정과 저항의 가능성을 포함하였다.
- 호혜성互惠性 : 서로 평등하게 주고받는 것을 뜻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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