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부버에 따르면,세계는 중층重層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중층 구조 중 아래층은 '나와 그것'의 세계로 인간이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세계라면, 위층은 '나와 너'의 세계로 인간이 '만남'을 통하여 비로소 알 수있는 세계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인간은 자신이 몸담은 이 세계가 중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망각한 채 '나와 그것'의 세계에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부버에 따르면, 만남은 개인적 경험이나 노력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직관적 판단에 가까운 것이다. 만남은 영혼의 한가로움 속에서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영적 합일合一 또는 고양高揚을 의미한다. 1
만남의 참된 모습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와 왕자의 대화에서 엿볼 수 있다. 왕자가 여우한테 사귀자고 제안했을 때 여우는 자신은 아직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을 한다. 여우에 따르면, 서로를 길들인다는 것은 곧 '관계 맺음'인데 이것이야말로 서로를 진정으로 알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생산이든 소비든 간에 무엇인가를 써먹기에 바빠서 '나와 너'의 세계를 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현실은 오늘날 우리 사회 전체에 만연한 학교 교육의 왜곡이나 도덕적 타락의 원인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 부버, '나와 너' -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대계 종교 철학자이다. '나와 너'의 관계를 기초로 한 인격주의 철학은 제1차 세계 대전 후의 유럽, 미국의 그리스 도교 신학이나 철학은 물론 정신 의학계에까지 넓고 깊은 영향을 끼쳤다.
- 선험 : 경험보다 먼저 존재하는 인식의 주관적 형식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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