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심문관과 예수 그리스도의 대화 중 대심문관의 주장
인간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들이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인간 생활에서 자유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없다. 너는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다름 아닌 그 빵의 이름으로 이 지상의 악마가 네게 반기를 들고 너와 싸워 승리를 거둔 것을 너는 모르느냐? "먼저 먹을 것을 달라. 그런 다음 선행을 요구하라!" 이렇게 쓴 깃발을 치켜들고 사람들은 너를 반대하여 폭동을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그 깃발이 너의 신전을 파괴해 버린다. 그리하여 그 자리에는 새로운 건물이, 다시금 그 무시무시한 바벨탑이 세워지는 것이다.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자만이 그 탑을 완성시킬 수 있는데, 바로 우리가 너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있다. 너는 그들에게 하늘의 양식을 약속했지만, 무력하고 죄 많은 비천한 인간들의 눈으로 볼때 과연 하늘의 빵이 이 땅의 빵과 같을 수 있겠느냐 말이다!
자유를 누리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괴롭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인간 자신이 복종할 권위자를 찾아낸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불행한 피조물은 그가 타고난 자유라는 선물을 가능한 한 빨리 양도해 버릴 상대방을 찾아내고자 하는 간절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
-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모스코바 출생의 소설가. 러시아의 시대적 모순과 인간 존재의 근본 문제를 탐구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처녀작인 "가난한 사람들"과 불후의 명작인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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