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특별시 성북구 쌍문동 ㅇㅇㅇ번지 2통 5반에 거주하는 22살 된 청년입니다. 직업은 의류 계통의 재단사로서 5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피 끓는 청년으로서, 재단사로서 도저히 참혹한 현실을 정신적으로 받아들기기 힘듭니다. 저는 생각 끝에 이런 사실을 고치기 위하여 보호 기관인 노동청과 시청 내에 있는 근로 감독관을 찾아가 구두로 감독을 요구했습니다. 노동청에서 실태 조사도 왔었습니다만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한 달에 첫째 주와 셋째 주 이틀을 쉽니다. 이런 휴식으로는 아무리 강철 같을 육체라도 곧 쇠퇴해 버립니다. 일반 공무원의 평균 근무 시간인 45시간에 비해 15세의 어린 견습공들은 일주 98시간의 고된 작업에 시달립니다. 또한, 평균 20세의 숙련 여공들은 6년 전후의 경력자로 대부분이 햇빛을 보지 못해 안질과 신명통, 신경성 위장병 환자입니다. 호흡 기관 장애로 또는 폐결핵으로 많은 숙련 여공들이 생활의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땅히 근로 기준법에 따라 기업주는 건강 진단을 시켜야 함에도 법을 기만합니다. 한 공장의 30여 명 직공 중에서 겨우 두 명이나 세 명 정도가 회사가 지정하는 병원에서 형식적인 진단을 받습니다. 엑스레이 촬영 시에는 필름도 없이 촬영을 하며 아무런 사후 지시나 대책이 없습니다. 1인당 삼백 원의 진단료를 기업주가 부담하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전부가 건강하기 때문입니까? 나라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실태입니까? 하루속히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약한 여공들을 보호하십시오. 최소한 당사자들의 건강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정도의 작업 환경만으로도 만족할 순진한 동심들입니다.
- 조영래, "전태일 평전" -
노동 운동가. 1964년 17세의 나이로 평화 시장 피복 공장 미싱사 보조로 취직하였다. 1970년 11월 13일 열악한 노동 조건에 항거하여, "근로 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절규하며 분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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