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은 본래 특정한 종교나 신앙의 내용과 형식을 절대시하지 않고 믿음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후 관용의 의미는 정치, 종교, 도덕, 학문, 사상, 양심 등의 여러 영역에서 의견이 다를 때 논쟁은 하되 물리적 폭력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확대되었다. 1
따라서, 관용이야말로 너그럽고 포용력 있는 태도로서 가치 일원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요청되는 태도이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상대방의 견해를 받아들이는 것이 모두 관용은 아니다. 여기에는 반드시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만약 우월한 지위에서 상대방의 허물을 너그럽게 수용한다면, 이는 겉으로는 관용의 모습을 띠었으나 용서나 허용에 지나지 않는다. 동등한 입장에서 상대의 이견을 용인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관용이 성립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관용의 한계에 관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예로 관용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리는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악성 댓글까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관용을 베풀 수는 없다. 즉, 어떤 행위나 태도가 구성원의 인권과 공동체의 근간이 되는 가치를 침해한다면, 관용을 베풀기 어렵다.
흔히 현대 사회의 특징으로 다원주의를 드는데, 관용은 다원주의가 뿌리내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조건이다. 왜냐하면, 이미 세계가 지구촌화한 상태에서 여러 유형의 이질적인 문화가 사이좋게 공존하려면 각기 다른 상대방 문화와 전통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
특히, 오늘날 우리 사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관용의 미덕을 요청하고 있다. 국제 결혼을 통한 외국인 배우자와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의 급증으로 말미암은 다문화 현상과 여전히 나타나는 지역 간·계층 간의 갈등과 위화감 등은 관용의 정신을 더욱 필요로 한다. 따라서, 우리는 다원화하는 사회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서 모든 구성원이 관용의 정신을 내면화하고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모슬렘 두건의 착용 금지를 관용의 차원에서 따져 보기
유럽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교도가 사는 나라는 프랑스이다. 프랑스 정부는 1994년부터 히잡(머리에 두르는 스카프)을 포함한 종교적 상징을 공립 학교에서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2010년에는 모든 공공장소에서 모슬렘moslem 두건의 일종인 부르카Burka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하였다. 프랑스 정부는 부르카를 종교적 사안이 아닌 여성에 대한 억압과 굴종의 상징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모슬렘 지도자는 부르카 금지 조치는 이슬람이 나쁜 종교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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