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유일한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죽기 직전에 꼭 사흘 동안만 눈을 뜨고 내가 사는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눈을 뜨는 순간 나를 이만큼 가르쳐 주신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겠다. 지금까지 손끝으로만 만져서 알고 있던 구분의 인자한 얼굴을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분의 모습을 나의 마음속 깊이 간직해 두겠다.
그리고서 친구들들 찾아가고, 그 다음에는 들로 산으로 산보를 가겠다. 바람에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나뭇잎, 들에 피어 있는 예쁜 꽃과 풀을 만나러 가겠다. 저녁이 되면 석양에 빛나는 아름다운 노을을 보고 싶다.
다음 날 이른 새벽에는 먼동이 트는 웅장한 장면을 보고, 아침에는 센트럴 파크에 있는 박물관, 오후에는 미술관, 그리고 저녁에는 보석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하루를 지내고 싶다.
마지막 날에는, 아침 일찍 큰길가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들을 바라보고, 아침에는 오페라 하우스, 오후에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싶다. 그러다 어느덧 저녁이 되면 나는 건물의 숲을 이루고 있는 도시 한복판으로 나와서 네온등이 반짝거리는 거리,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는 아름다운 상품들을 보면서 집에 돌아오겠다. 그리고는 내가 눈을 감아야 할 마지막 순간에 이 사흘 동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 준 나의 신께 감사한다고 기도를 드리고 영원히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
- 켈러, '사흘만 볼 수 있다면' -
시각과 청각 장애를 극복한 미국의 작가이자 활동가. 여성 참정권 운동, 사형 제도 폐지 운동, 아동 노동과 인종 차별 반대 운동을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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