흄은 로크의 경험주의를 계승하여 인간의 인식 능력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우리가 사물을 관찰하는 가운데 알게 된 지식, 예컨대 인과 법칙 등은 대상 세계의 참된 모습이 아니라 단지 반복된 경험을 통해 우리가 습관적으로 믿게 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이로써 과학적 지식의 보편타당성마저 의심스러운 것이 되고 말았다.
더 나아가 그는 우리가 갖게 된 관념이나 지식을 우리 자신의 것이라고 믿게 하는 자아의 존재도 찾을 수 없다고 하였다. 이것은 일종의 회의주의적 결론이다. 인식 주체와 인식 대상에 대한 확신이 모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경험주의는 흄에 이르러 하나의 막다른 지점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러한 측면은 후에 칸트의 해석을 통해 인식론의 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윤리학에서도 흄은 경험과 관찰을 중시하는 경험주의적 자세를 철저히 지켜 나갔다. 인간에 대한 경험적 탐구의 결과 그가 내린 결론은, 도덕적 판단과 행위에 중요한 요인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도덕에서는 무엇보다도 실천이 중요한데, 감정은 행위의 동기가 될 수 있지만 이성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그는 도덕적 가치, 즉 선·악이라는 것이 객관적 실제라기보다는 주관적 느낌의 문제라고 보았다. 다시 말해, 그것은 우리가 어떤 행위를 바라볼 때 느끼는 쾌감이나 불쾌감을 표현한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흄은, 우리는 대체로 사회적으로 유용한 행위에 대해 쾌감을 느끼며, 이는 우리가 타인의 행복이나 불행을 마음속으로 함께 느끼는 공감sympathy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흄의 주장은 후에 공리주의 윤리의 모태가 되었다.
"이성은 감정의 노예일 수밖에 없으며, 그것을 따르고 뒷받침하는 이외에 다른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다."
- "인성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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