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는 인간이 마땅히 따라야 하는 삶의 도리로서 인간다움의 핵심이다. 윤리는 인간이면 마땅히 추구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마땅히 해야만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그리고 마땅히 되어야만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한다. 우리는 그러한 규정을 따름으로써 윤리적 삶을 산다.
하지만, 어떤 삶이 윤리적 삶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동서양의 윤리 사상가들은 우리가 추구해야만 하는 선이 무엇인지, 우리가 해야만 하는 옳은 행위가 무엇인지, 우리가 되어야만 하는 훌륭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서로 다른 대답을 제시해 왔다.
동양의 불교에서는 생명의 가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생명을 해치지 말 것을 주장한다. 불교에 의하면,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자비로운 사람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사람이다. 유교에서는 인의예지仁義禮智로 표현되는 인간의 도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도리를 지켜야 한다고 본다. 나아가 인격적 수양을 통해 그러한 도리를 잘 지키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서양 고대 윤리 사상가들은 인간의 정신(영혼)의 덕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인간이면 누구나 그런한 덕을 기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스도교는 모든 인간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했고,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그 사랑을 실천해야만 한다고 가르쳤다.
이처럼 동서양 윤리 사상가들은 인간의 윤리적 삶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해 왔다. 하지만, 그러한 다양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모두 인간의 존엄성을 윤리적 삶의 궁극적 토대로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윤리 사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단군의 건국 이야기가 나오는 홍익인간의 정신, 원효의 화쟁 사상, 성리학의 사단 칠정론, 실학의 자율적 인간관, 동학의 인내천 사상 등도 각각 서로 다른 도덕규범을 제시하지만, 그러한 규범들이 모두 인간 존엄성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1
인간 존엄성의 이념은 오늘날의 윤리 이론에서도 똑같이 발견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여 그것을 산출하는 행위를 옳은 행위라고 주장하는 공리주의, 행위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마땅히 따라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의무론, 어떻게 행위해야 하는가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가가 윤리적 삶에서 더욱 중요한 물음이라고 생각하는 덕 윤리 등도 모두 윤리가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임을 전제하고 있다.
- 인간의 존엄성尊嚴性dignity : 인간성에 내재된 매우 존귀하고 엄숙한 성질을 말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너무나 고귀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다른 것과 저울질될 수 없고, 대체될 수 없으며, 감히 훼손될 수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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