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아학파는, 인간이 '자연에 따르는 삶'을 살려면 최대한 인간의 삶에서 비이성적이고 비자연적인 부분을 제거해야만 한다고 보았다.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인과 법칙에 따라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므로, 만일 우리가 그러한 자연의 질서를 알게 되면 슬픔, 공포, 욕구 또는 열망, 쾌락 등의 정념情念passion이 더는 생기지 않는다. 스토아학파에 의하면, 정념은 비이성적이고 부 자연스러운 영혼 안의 움직임이며 과도한 충동에 불과한 것이다. 스토아학파는 정념이 없는 상태를 '아파테이아'라고 불렀다. 이러한 주장은 정념에서 해방된 자유인의 삶을 최고의 윤리적 삶으로 주장한 근대의 스피노자Spinoza, B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1
그러나 스토아학파가 정념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몇몇 자연스러운 정념을 허용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마음이나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 등은 이성과 일치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정념은 자연이 부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스토아학파에 의하면, 자연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에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에게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는 감정을 부여한다. 이런 점에서 스토아학파의 금욕주의는 모든 욕구를 완전히 없애라는 주장이 아니라, 그것에 초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스토아학파에 의하면, 덕 있는 사람은 이성에 의해 자연에 일치하는 감정과 일치하지 않는 감정을 구별할 수있다. 그리고 덕 있는 삶이란 자연법인 이성의 명령에 따르는 삶이므로, 인간은 어떤 행위의 결과를 고려하지 말고 단지 그 행위가 이성과 자연법에 들어맞는지 여부만을 생각하고 행위해야 한다. 스토아학파는 결과와 무관하게 '해야만 하는' 행위가 있다고 보았는데, 그것을 '의무'라고 하였다. 스토아학파의 이러한 생각은 칸트의 의무론에 영향을 주었다.
스토아학파에 따르면, 자연법은 자기애를 넘어 가족, 친구, 동료 시민, 나아가 인류 전체를 포용하고 사랑하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이런 자연법이 인간의 윤리적 삶의 근거가 되는 모든 세계, 모든 국가의 실정법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스토아 학파의 세계 시민주의와 자연법 2 사상은 고대 로마와 중세, 근대의 자연법 사상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3
- 아파테이아apatheia : '정념이나 감정pathos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본문으로]
- 세계 시민주의cosmopolitanism : 그리스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그리스인과 야만인을 구별한 것에 반대하여, 세계의 모든 사람은 공통된 이성을 가진 형제이므로 모든 인류는 평등하다는 스토아학파의 주장이다. 비슷한 말로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가 있다. [본문으로]
- 자연법과 실정법 : 실정법은 특정한사회나 국가에서 실질적인 효력을 가진 실제 법을 뜻한다. 자연법은 그 실정법의 근거나 토대가 되는 법으로서, 특정 사회나 국가와 무관하게 모든 인간에게 공통으로 부여된 권리나 정의의 체계를 규정한 법을 뜻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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