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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와 사상/동양 윤리사상

인간 그리고 다른 생물의 가치

by 앞으로가 2016.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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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홍대용의 "의산문답醫山問答"에 나오는 실옹과 허자의 대화이다.


허자 : 천지 간의 생물  중에 오직 사람이 귀합니다. 금수나 초목은 지혜도 깨달음도 없으며, 예법도 의리도 없습니다. 사람이 금수보다 귀하고 초목이 금수보다 천한 것입니다.


실옹 : 너는 진실로 사람이구나. 사람의 입장에서 물物을 보면 사람이 귀하고 물이 천하지만, 물의 입장에서 사람을 보면 물이 귀하고 사람이 천하다. 하늘이 보면 사람이나 물이 마찬가지이다. ········ 대개 대도大道를 해치는 것으로는 자랑하는 마음보다 더 심한 것이 없다.


허자 : 봉황이 날고 용이 난다고 하지만 금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초와 울금초, 소나무와 잣나무는 초목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또한, 그것은 백성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만큼 어질지 못하고, 세상을 다스릴 지혜가 없습니다. 그리고 옷을 입는 제도와 예법, 군대와 형벌을 주는 정치도 없는데, 어찌하여 사람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까?


실옹 : 너의 미혹은 심하구나. ········ 옛사람이 백성에게 혜택을 주고 세상을 다스림에는 물에 도움받지 않음이 없었다. 대체로 군신 간의 의리는 벌에게서, 병진兵陳의 법은 개미에서, 예절의 제도는 박쥐에게서, 그물치는 법은 거미에게서 각각 취해 온 것이다. 이런 까닭에 '성인은 만물을 스승으로 삼는다.' 라고 하였다. 그런데 너는 어찌해서 하늘의 입장에서 물을 보지 않고 사람의 처지에서만 물을 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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