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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사상 조각/들어가기 전에

그리스 문명과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러셀의 철학적 견해

by 앞으로가 2015.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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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철학사의 특질은 자연철학자들에 대한 평가를 높이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지위는 낮추는 일, 또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철학자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처해 있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환경과 그들의 긴밀한 관련성을 해명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는 다른 책에서도 다소간 언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러셀과 같이 철두철미하게 그 입장을 관철시켜 철학자들의 사상을 분석하고 있는 책은 드물다. 자연철학자들을 높이 평가하는 일과,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낮게 평가하려는 일은 동일한 입장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러셀은 철학의 방법으로서 플로톤식의 대화적방법으로는 새 지식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왜냐 하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후세의 철학 발전 방향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쳤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셀은 그리스 문명이 일어난 일을 하나의 기적으로 본다. 따라서, 그는 그 기원과 발달을 보통 문화사의 경우와 같이 상당히 세밀하게 취급하고 있다. 그리고 그리스 문명과 병행하여 그리스의 사회 속에서 끊이지 않고 움직여 온 종교적 움직임을 대단히 중요시하고 있다. 러셀은 그리스 철학에 대한 이면의 영향을 깊이 주목하고 있다. 디오니소스 종교에서 바쿠스 종교로, 또 바쿠스 종교에서 오르페우스 종교로, 오르페우스에서 피타고라스로, 피타고라스에서 플라톤으로, 여기서부터 철학 속으로 신비적 요소가 들어오게 된 경로를 분명히 하고 있다. 동시에, 이 요소는 그 후의 철학 전반의 발전을 저해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 찬란한 그리스 문명 속에 어떻게 하여 이 종교적 요소가 퍼지게 되었는가? 우리는 보통 그리스 사람들의 특질을 그들의 밝은 문명과 현세주의적, 또는 합리주의적 경향에서 본다. 그러나 러셀은 그 문명의 배후에는 그것에 나타난 것보다 더 깊은 디오니소스적인 어두운 흐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것은 인간성의 가장 깊은 곳에 뿌리를 박고 있다는 것을 보이려고 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이 디오니소스적 요소가, 혹은 이데아로서 또는 실재의 이름으로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 다른 대부분의 철학사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앞에서는 권위를 인정하려 힘쓴다. 그러나 러셀의 경우는 이들의 방대한 체계가 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실제로 보여 주려고 힘쓴다. 그리고 그 방법도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한다. 러셀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영향이 대단히 위대한 것이라고 보지만, 후세의 철학에 끼친 그들의 영향이 크면 클수록 그만큼 더 섭섭한 일로 보는 것이다. 그는 플라톤과 소크라테스가 도덕적으로는 성자聖子의 반열에 들지 모르나, 철학적으로는 아직도 과학의 연구에 오래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셀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철학을 사회상의 한 반영으로서 보려 한다. 스토아 철학, 회의주의, 쾌락주의 등 각 학파가 표방한 이론이 각각 다름에도 불구하고, 결국 목표하는 바는 혼란한 환경에 대하여 어떻게 하면 무관심하게 될 수 있으며, 또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는지가 그 목표였다는 점에서는 각 학파의 이론이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려 한다.

 

러셀은 그리스 문명이 인류 사이에 돌연히 일어난 것을 경탄과 감사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미케네 문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에 비해, 그리스라는 작은 지역에서 일어난 문명이 오늘날의 인류문명까지 계승되어 온 것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와 로마 제국의 공으로 돌리고 있다. 러셀은 이들이 크세르크세스Xerxes가 아니었고, 카르타고Carthago가 아니었던 것을 다행으로 보고 있다. 마케도니아와 로마는 비록 야만인 정복자들이었으나, 피정복자의 문명인 그리스문명의 보호자로서 등장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 문명이 미케네 문명화하지 않게 된 주원인이라고 본다. 왜냐 하면, 알렉산더 대신에 칭기즈칸이 일어났다면, 과연 그리스 문명이 지금처럼 현대에 이르도록 발전할 수 있었겠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여기서는 고대철학사에 나타난 견해를 전부 체계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반적인 철학사에 비하여 특질적이라고 생각되는 점 몇 가지를 적어 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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